고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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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 개요

매운 채소의 대표주자

가지과의 식물으로 온대지방에서는 한해살이풀이고 원산지와 같은 열대지방에서는 여러해살이풀로 자란다. 길이는 6~9cm. 가지가 많이 생기며 잎은 길고 둥글며 끝이 뾰족하며 여름에 흰 꽃이 핀다.

열매는 장과로서 긴 형태이며 짙은 녹색이나 익어 가면서 점점 빨갛게 되며 껍질과 씨는 캡사이신을 함유하고 있어 매운 맛이 난다. 잎은 무쳐서 나물을 만들고 열매는 식용한다. 익은 열매는 빻아서 향신료로 쓰인다. 한국에서는 열매 자체를 채소로서 생으로 즐겨 먹는다.

2. 상세

한자 이름은 먹으면 맵다고 ‘괴로울 고(苦)’자를 쓰는 苦椒(고초)였으며, 이게 고추로 변했다. 한국음식 ‘고추장’이 중국에서는 ‘苦椒酱(고초장)’이다. ‘고추’는 ‘辣椒(làjiāo, 라쟈오)’며 고추장만큼은 한국식으로 부르는 것이다.

다만 이건 한국 문화에 대단히 관심있으며 고추장이라는 말을 들어 본 중국인들에 한한다. 중국 내 한국 식당에서도 주인이 조선족이나 한국인이 아니라면 ‘고초장’을 달라고 하면 뭔지 몰라 난색을 표하며, 고추장을 얻고 싶다면 중국식으로 ‘辣椒酱(라쟈오쟝)’, 즉 ‘고추로 만든 장’이라고 해야 원하는 고추장을 얻을 수 있다.

영어로는 chilli pepper라고 한다. hot pepper라고도 하는데, 이는 후추를 대신하기 위해 도입했기 때문이라고 한다. 파프리카도 Pepper라 부르기 때문에 차이를 줘야하는 것으로 보인다.

고추가 매운 맛을 내는 이유는 진화적 이유라고 추정된다. 고추는 포유류에게는 맵지만 조류에게는 맵지 않은데, 씨까지 씹어 부술 위험이 있는 초식 동물을 멀리하고 매운맛을 잘 못 느끼며 과육만 씹어먹고 씨는 삼켜서 배설물로 배출하는 조류를 가까이하여 효율적인 확산을 위함이라는 설이 유력하다. 또 고추의 매운맛은 고추를 먹어치우는 벌레에 대한 방어 역할도 하고 있다.

그래서 그런 벌레들이 많은 더운 지역의 고추일수록 더 맵게 진화하였다. 하지만 이런 노력이 무색하게 인간은 고추를 지지고 볶고 가루내고 튀기고 씨는 물론 아예 기름까지 짜먹는다. 달리보면 대부분의 먹을 수 있는 식물들이 다 그렇지만 그래도 인간 덕에 종이 엄청나게 번성했기는 하다.

처음으로 고추를 식용한 건 약 9,000년 전 멕시코 원주민들이었다고 하며, 이후 크리스토퍼 콜럼버스가 아메리카 대륙을 발견하면서 유럽에 전파되었다. 당시 크리스토퍼 콜럼버스의 일기에는 “후추보다 더 좋은 향료”라는 문구가 적혀있었다고. 참고로 최초로 고추를 먹은 자는 정말 용감한 자였을 것이라는 추측도 있다. 그도 그럴 게, 단맛을 내는 식물들은 어지간해서는 독을 가지는 경우가 없고 독이 있는 식물들은 쓰거나 매운 맛을 내는 경우가 많았는데, 아무런 사전 지식도 없던 시절 그렇게 매운 고추를 어떤 배짱으로 먹었을까하는 것이다.

고추의 유전 특성상, 접목을 붙이면 두개의 1대째의 종자특성을 랜덤하게 50%씩 가진 고추가 2대종으로 나온다. 다른 2대째 종자끼리 접목하면 1대종의 특징을 찾아볼 수 없는 또 다른 3대째 종자가 나와서 1대째와 접목을 하면 또 다른 종이 나온다. 그 때문에 고추는 세계적으로 종류가 무지막지하게 다양하다.

흔히 한국에 알려진 가늘고 긴 형태의 것 외에, 방울토마토나 피망처럼 생긴 것 등 다양한 형태가 있으며, 엄청나게 매운 것도 있고 은은한 단맛이 나는 것도 있는 등 맛도 다양하다. 대표적으로 우리 일상에서 자주 접할 수 있는 오이고추는 겉보기는 전형적인 고추처럼 생겼지만 매운 맛이 거의 없어 피망에 가깝다. 그래서 가끔 피망 대용으로 써먹을 수도 있다. 여담이지만 멕시코가 원산지인 피터 고추라는 종이 있는데 생김새가 2번과 심히 흡사하고 주로 관상용으로 키운다.

불교에서는 오신채(五辛菜)라 하여, 성질이 맵고 향이 강하여 마음을 흩뜨린다하여 매운 음식 5가지를 못 먹게 하는데 이중 고추는 빠져있다. 오신채는 마늘, 파, 부추, 달래, 흥거. 그래서 사찰에서도 고추를 넣은 음식은 먹을 수 있다. 아마도 고추는 나중에 전래되어서 그런 듯하다. 원래 취지를 생각하면 고추도 멀리해야 할 것 같지만 어쨌거나 먹지 말라는 계율이 없으므로 그냥 먹는다. 물론 오신채의 본래 의미를 생각해서 안먹는 경우도 있지만 그리 많지는 않다.

향채를 사용하는데 상당한 제약이 있는 사찰음식에서 이미 고추는 상당히 중요한 역할을 하고 있어서 지금 와서 금지하기도 어려울 정도다. 예를 들어 김치를 담글 때도 마늘은 빼고 담그며, 스님들이 먹는 라면에도 파나 마늘은 빠진다. 그 외에 당연히 육식도 금지니 이래저래 먹을만한 게 적은데 고추까지 빠지면 만들 수 있는 게 거의 없다. 고추는 단순히 매운 맛 말고도 보존성을 높여주는 역할도 하니 단순히 매운 맛 때문은 아니기도 하다. 물론 어거지로 빼자면 빼는 게 불가능하지는 않지만…

웰빙을 표방하며 수경재배를 하는 경우도 있지만 가격은 기하급수적으로 올라간다. 고추는 초여름부터 시작해서 가을이 될 무렵까지 수확을 하는데, 이 동안 대략 10번 정도 농약을 친다. 따라서 당연히 잔류농약을 걱정하기 마련인데, 채소의 농약 잔류 여부는 반드시 농약 살포 횟수와 일치한다고 할 수 없다. 이파리 채소와 열매 채소의 차이가 있고, 열매 채소끼리도 껍질의 재질에 따라 농약의 침투 정도가 다르기 때문.

이견이야 당연히 있을 수 있겠지만, 다음 기사들을 참고하여 각자 판단하면 된다. 잔류농약 많은 과일, 우리집 식탁 속 잔류농약, 안전할까?, 고추 농약 잔류량 위·아래 차이 없어-물로 깨끗이 씻어내면 농약 성분 대부분이 제거된다, 울산시가 채소 잔류농약 검사 – 총433건 중 38건 농약 검출, 그 중 11건 부적합판정 폐기, 잔류농약 기준 초과 ‘고춧가루’ 제품 회수 조치.

고춧가루 중에 제대로 빻아지지 않아 좀 굵은 것들이 있다. 보통 김치에 사용하는 고추는 그리 곱게 빻지 않는데, 이런 굵은 고춧가루의 태반은 김장용으로 사용하는 것들 내지는 국물용이다.

이런게 이에 끼는 경우가 자주 있으므로 고춧가루가 많이 들어간 음식을 먹고나서 이를 닦기 힘들 땐 물로라도 입을 헹구는 것이 좋다. 이에 춧추가루 낀 것이 보이면 민망하다. 특히 잇몸 틈새에 끼면 다른 사람이 봤을 때 매우 좋지 않다. 고춧가루가 끼었다고 직접 말해줄 수 없을 경우 생기는 스트레스는 어마어마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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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에서는 피자에 타바스코 같은 핫소스를 뿌리는 반면에 미국에서는 고춧가루를 뿌려먹는다. 크러쉬드 레드 페퍼(보통 인도산)라고 검색하면 국내에서도 구매 가능하다. 위 이미지를 보면 알겠지만 흔히보는 고춧가루보다 입자가 매우 굵고 크다.

3. 어려운 재배

고추는 농부들 사이에서 손꼽히게 재배가 어려운 작물로 알려져 있다. 그 이유를 꼽아보자면..

  • 1. 재배기간이 길다.

보통 1월 말 씨를 뿌려 90일 동안 모종을 키운 후 4월 말 본밭에 심는다. 그러고 나서 8월 중순부터 10월 말까지 여러 번 수확한다. 즉 다시 말해서 봄부터 가을까지 계속 신경쓰며 관리해줘야 된다는 뜻이다. 배나 사과 등 과실류를 제외하고 이정도로 재배기간이 긴 작물은 별로 없다.

  • 2. 병충해에 약하다.

심은 뒤 최소한의 햇빛과 물관리만 해도 심은 1~2달 뒤부터 몇달동안 잘라서 먹을 수 있는 상추, 그냥 냅둬도 잡초랑 알아서 경쟁하면서 잘 자라는(!?) 호박류와는 다르게상당히 약해서 세심한 관리가 필요하다.가장 위협적인 탄저병에 훅가기 쉽고, 하다못해 기온에도 민감해서 한순간에 망치기 쉽다.

  • 3. 손이 많이 간다.

키가 작아서 재배할 때 허리아픈거야 수많은 작물들의 공통점이니 그렇다 치지만, 고추는 오이와 더불어 유난히 손이 많이 간다. 바람에 약해서 비닐끈으로 묶어서 지탱해야 하질 않나, 농약 방제만으로는 제초가 한계가 있어 일일이 손으로 뽑아서 없애야 하고, 수확하는 것도 일일이 사람 손으로 따야 하며, 가을에 출하되는 빨간 고추는 재배도 까다로운데 고추 수요가 많은 건고추로 또 가공하려면 세척에 건조까지 또 공정을 거쳐야 한다. 흔히 말하는 ‘태양초’는 햇빛에 내놓아서 말리는 것인데 색이 좀 시커멓게 되는 열풍건조와 달리 색깔이 유지되어 비싸지만, 습도에 민감하고 시간이 오래 걸려서 소량생산에나 적합하다.

위와같은 이유 때문에 초보 농부나 도시 사람들은 고추농사를 야심차게 시작해 놓고는 잘 해봐야 여름에 풋고추 조금 따고 끝나기 쉽다.

4. 한국에서의 유입

한국 음식에 일대 지각변동을 준 작물
고추는 적도 부근의 아메리카가 원산지로 한국에는 없는 식물이었으나, 임진왜란과 광해군 시기를 전후로 한국에 들어온 것으로 추측된다.

구체적인 유래에 대해서는 일본 유입설과 북방 전래설 크게 두 가지가 있다. 여기서 북방 전래설은 다시 둘로 나눠야 한다. 하나는 고추의 원산지는 남미이며, 그 고추가 육로로 들어왔다는 것(아시아까지는 해로로 오든 육로로 오든 어쨌든 조선에는 육로로 들어왔다는 것)이고 다른 하나는 세계 각지에 고추가 자생하고 있었고 그것이 콜롬부스 아메리카 도착 이전에 이미 들어와 있었다는 것이다.

실제 유래와는 별개로 황희의 청렴함을 강조하기 위해 된장에 고추만 반찬으로 먹었다는 일화가 있고, 순창고추장의 설화에는 이성계가 맛있어서 고추장을 진상하게 했다는 게 있다. 이는 인물이나 상품 미화를 위한 고증 오류가 어떤지를 보여주는 부분이라고 할 수 있다.

4.1. 일본 유입설

일본 유입설을 주장한 사람으로는 크게 최남선과 한양대 이성우 등이 있다. 일단 일본 유입설을 최초로 주장한 사람은 최남선으로, 고사통(故事通)에 그리 기록한 것이 있다고 한다. 단지 그에 대한 근거 자료는 찾기 어렵다고 한다.

1978년 한양대 이성우는 고추가 일본에서 담배와 함께 전파됐으며 페루가 원산지인 고추를 콜럼버스 이후 무역이 활발할 때 일본을 거쳐 조선으로 전해졌다고 주장했다. 이성우가 북방 전래설을 밀지 않은 이유를 간단히 쓰면, 고추가 전래되었을 만한 시기(콜롬부스 이후)에 고추 전래에 대한 별 기록이 없다가, 이수광의 지봉유설(1613)에서 남만초를 소개하며 “일본에서 건너온 왜개자에는 독이 있다”고 말하는 대목이 나오기 때문이다. 이성우는 이 왜개자가 고추라고 보는 것이다. 권대영은 이 왜개자를 두고 외래종 남만초라고 반박한다.

일본 유입설에서는 원래 임진왜란 때 일본군들이 고춧가루나 고추를 태운 연기로 최루탄처럼 일종의 화학무기로 조선군을 공격하거나 음식에 넣어 독살용으로 고추를 가져왔는데, 이 고추가 조선인 입맛에 맞았고 그전까지 하얗던 김치에 고춧가루가 들어가기 시작했다고 하기도 한다. 권대영은 일본인들이 독살용으로 가져온 고추가 어떻게 왕의 밥상에 올라갈 수 있었겠냐고 의문을 제기했다.

근거면에서 생각할 때 ‘왜란을 전후한 시기에 일본에서 전래되었다’라는 주장의 근거 사료는 사실 이수광의 지봉유설 한 가지이다. 그 이후의 다른 사료나 주장은 지봉유설 내용의 인용이거나 덧붙임이다. 또한 특정하여 ‘임진왜란을 통해 들어왔다’는 주장은 20세기 들어와 최남선이 기존의 일본 전래설에 살을 붙인 것인데 이 역시 지봉유설 외에 별다른 근거는 없다. 다만, 고추가 들어왔을 시점에서(콜롬부스 이후) 고추의 전래를 얘기하는 사료가 지봉유설이 최초이자 유일하다는 점은 감안해야 한다. 지봉유설에서도 ‘왜개자’로만 나와서 그것이 고추인지 아닌지는 확실치 않으나 그것 말고는 ‘고추’로 생각되는 것의 전래를 말하는 사료가 없다. 이 때문에 아래에 나올 북방 전래설은 북방 전래설이면서 동시에 아시아 자생설이다.

4.2. 북방 전래설

일본 유입설을 부정하는 사람으로는 한국식품연구원 권대영 등이 있다. 권대영은 향약집성방 등의 이전 사료에서 나타나는 ‘초장’이 고추장이며, 임진왜란 이전에도 조선에 고추가 들어왔다고 주장한다. 한국식품연구원과 한국학중앙연구원에서 발간한 고추 이야기라는 책이 그러한 주장을 제시한다.

일본에선 고추를 려후라 부르며 에도시대 경에 조선에서 들어왔다거나, 역으로 임진왜란 시기에 일본군이 조선의 고추를 가지고 일본으로 돌아갔다는 기록도 기록해놓은 자료도 있다. 사실 일본의 고추 관련 사료는 모두 한국 전래설 혹은 한국산 고추에 관해 이야기하고 있을 따름이기도 하고. 가령 일본의 다문원일기에는 도요토미 히데요시가 조선에서 고추 종자를 가져왔다는 내용이 있다. 일본에서 유입됐다는 것과 일본으로 전파되었다는 것 둘 모두를 만족하는 게 절대 불가능한 일은 아니다. 일본 큐슈 및 대마도에서 조선으로 들어왔다가 조선통신사를 통해 다시 일본 본토로 전파 방식이라면 충분히 가능하기 때문. 일본 자체가 고추가 들어왔을 시기가 전국시대라 가능했을 이야기다. 일단 가설이다.

한국식품연구원 권대영은 페루의 고추가 유럽을 거쳐 일본을 지나 한국에 들어왔다는 설을 생물학적으로 틀렸다고 본다. 만약 페루에서 고추가 전해졌다면 한국 고추와 유전적으로 같은 품종이어야 하는데, 페루 고추는 둥글면서 쭈글쭈글하며 한국의 청양고추보다도 맵고 다른 아메리칸 고추도 한국산보다 서너 배는 매우며, 페루산은 학명이 캅시쿰 바카툼(Capsicum baccatum)이며 한국 고추는 캅시쿰 아눔(C. annuum)이다. 그러니 페루 고추가 조선으로 전해졌을 리는 없다는 것이다. 그런데 한편으로 헝가리언 왁스라는 고추가 한국의 고추와 생김새나 맛이 비슷하기 때문에, 이러한 점을 보아 고추의 페루를 통한 일본 유입설은 틀렸으며, 북방 전래설(+아시아 자생설)을 주장한다. 실제로 <임진왜란 때 들어왔다는 왜개자는 과연 한국 고추인가?, 2008, 한맛한얼 1권 4호, 정경란, 권대영 등>에서는 매운 정도와 모양의 비슷한 정도를 비교하여 페루에서 전해진 고추일 리 없다고 주장한다.

북방 전래설(+아시아 자생설)의 다른 근거로는 고추의 품종이 세계 각지에 다양하기 때문에, 콜럼부스 이후에 몇 백 년 안에 자연적으로 종이 다양하게 분화하고 각 지역에 따라 다양한 방식으로 사용되는 것은 불가능하다고 말한다. 그런데 앞의 고추 개요에 있는 고추의 유전 특성을 생각하면 불가능한 일도 아니다.

식품학계에서는 한 재료에서 발효 음식이 우연히 발견되기까지는 200년 이상 걸린다고 보는데, 고추가 전국적으로 퍼지는데 적어도 100년, 김치나 고추장 같은 저장법을 발견하는 데 약 200년, 임진왜란 때 고추가 들어왔다면 결국 김치나 고추장이 1900년대에 들어서야 생긴 셈이 된다. 그러므로 전국적으로 퍼지고 수십 가지 종류가 생기려면 그때부터 다시 적어도 100년이 걸리지만 현재 전국적으로 김치 종류만 100가지가 넘으니 말이 안 된다는 주장도 있다.

권대영은 “고추장은 적어도 1000년 되었고 고추는 이보다도 훨씬 전부터 존재했다” 라고 주장한다. 그 근거로는 1145년 삼국사기에 고추를 재배, 생산했다는 기록이 있다는 것을 든다. 1788년 ‘오주연문장전산고’에는 순창과 천안이 고추장으로 유명하고 고추를 수출하면 이익이 좋다는 기록이 있고, 1680년 어의 이시필의 ‘소문사설’에는 순창 고추장을 만드는 방법이 있다고 한다.

그런데 앞에서 말하는 삼국사기의 고추 얘기는 삼국사기 지리 편에 초도(椒島)가 있고 이것을 만기요람萬幾要覽(1808)에서 ‘초가 생산되기 때문에 붙은 이름’이라고 말한다는 소리다. 문제는 모든 초椒를 고추라고 불 수 있느냐 하는 것인데…. 권대영은 그 근거로 “최세진의 훈몽자회(1527), 서거정의 유합(1487년 이전)에서 초를 뜻하는 말로 고쵸가 나오며, 이 초는 호초, 진초, 천초, 촉초, 등에 쓸 때도 쓰이고 있음을 보여주고 있음.(椒를 두고 고쵸쵸라고 말한다.)”이라고 말한다. 왜 훈몽자회에서 초椒를 고쵸쵸라고 말하는지에 대해선 물론 다르게 설명하는 논문도 있으나, 모두 다 쓰기에는…. 여하튼 권대영은 결과적으로 모든 기록의 모든 초椒는 고추라고(혹은 일수도 있다고) 주장한다. 시경의 초椒도 고추라고 하고….

권대영이 그런 주장을 할 수 있는 것은 고추가 남미에서 전해졌다는 것이 틀렸다고 보기 때문이다. 권대영은 고추가 남미에서 전해졌다고 전제하는 논문을 두고 도그마에 빠졌다고 표현한다.

4.3. 북방 전래설의 비판 및 과학적 근거

참고로 아시아 자생설을 주장하는 한국식품연구원의 논문에서는 유전자 검사를 필요로 한다는 얘기만 할 뿐, 직접 유전자 검사를 하지 않는다. 대신에 아주 당당하게 실제 자생지가 다양하다는 것을 이미 증명했다고 말하면서, 자신들이 이전에 쓴 논문을 참고문헌으로 표시한다. 그래서 참고문헌을 찾아보면 유전자 검사를 했다거나, 아니면 원산지를 확인하기 위해 사용한 연구 방법에 얘기는 전혀 안 나온다.

주로 하는 얘기는 앞서 말한 것처럼 다양한 품종이 세계 각지에서 그 지방의 특성대로 다양하게 사용되는데 콜럼부스 이후 짧은 기간 동안 그것은 불가능하다는 것. 그리고 브리태니커 백과사전에 원산지가 다양하다고 나와 있다고 말하는데, 정작 브리태니커 백과사전에는 재배지가 다양하다고 나오지 원산지가 다양하다고는 나와 있지 않다. 참고로 브리태니커에 다양한 원산지가 나와 있다고 하면서 그에 각주를 단 내용이 아래와 같다.

『Encyclopedia Britannica』(http://www.britannica.com, 2008. 12. 23)에는 다음과 같이 기록되어 있음. “pepper ; Capsicum also called Garden Pepper(Capsicum), any of a great number of plants of the nightshade family, Solanaceae, notably Capsicum annuum, C. frutescens, and C. boccatum, extensively cultivated throughout tropical Asia and equatorial America for their edible, pungent fruits.”

연구 초반으로 보이는 2008년에는 헝가리의 고추가 한국의 고추와 비슷하다고, 헝가리가 같은 우랄알타이어족이니 고추는 “우랄알타이어족의 이동과 함께한 전래 농산물이라는 주장에 더 신빙성이 있다고 볼 수 있다(북방 전래설).”라고까지 말했다. 솔직히 이런 말을 당당히 쓴 것을 보면 논문이라고 쓴 것인지 모르겠다.

그러나 기본적으로 고추의 원산지는 남미 지방이므로 아무리 빨라도 크리스토퍼 콜럼버스 이전에는 들어왔을 수 없다. 따라서 그 이전에 고추라고 추정되는 것들은 지금까지 알려진 고추가 아니라 토착종 중에 매운맛을 내는 식물(예를 들면 산초 라든지)이라고 보는 것이 타당할 듯하다.

무엇보다 현존하는 야생 고추종의 DNA 기원은 전부 남미다. 고추 자생설에서 주장하는대로 아시아권에 고추가 있었다면 아시아권을 기원으로 두는 야생 고추종이 있어야 하는데, 지구상에 그런 것은 없다.

어떤 작물이 어느 지역이 원산지인지를 알아보는 가장 쉬운 방법은 해당 지역 해당 작물의 유전적 다양성을 살피는 것이다. 어떤 지역에 자연적으로 있던 식물은 엄청나게 다양한 유전자를 보유하고 있지만, 사람이 그 식물을 옮겨 심으면 해당 지역의 해당 식물군은 사람이 옮겨심을 때 가져온 소수 종자들로 이루어진 매우 한정적인 유전자 풀에서 시작하게 된다.

사람이 재배하는 중에 돌연변이가 생긴다고 해도, 원산지에서 야생종으로 수십, 수백만년 동안 살아오면서 쌓여온 유전적 변이의 양에는 미치지 못한다. 더군다나 사람은 자연선택 과정과 비교하면 매우 선택적으로 종자를 선별하므로, 원산지에서 옮겨심어진 작물의 유전적 다양성은 더욱더 줄어들 수밖에 없다. 이런 명료한 생물학적 사실을 바탕으로 DNA 검사를 한 결과 고추의 원산지가 중남미라는 사실은 이미 확고부동한 과학적 진실로 입증된 상태다.

5. ‘Hot’ Pepper

매운 것으로 유명한 종류로는 레드 사바나 하바네로와 월남 땡초, 태국 프릭끼누(쥐똥고추), 이태리 페페론치노 등이 있다. 하바네로는 잉카에서 고문용으로 쓰였다고 할 정도며 고문 대상자에게 먹이는 게 아니라 가루로 만들어서 그 곳에 바른다. 매운맛은 본래 통각의 일종이기 때문에 이 짓이 가능하며 따라하진 말 것.

한때 영국에서 무려 3종류의 매운 고추들이 개발되어 매운 맛의 종결자 자리를 지켰다가 호주의 ‘트리니다드 스콜피온 버치 T’에게 매운 맛의 종결자 자리를 내줬다. 2011년 5월 기준 가장 매웠던 고추는 트리니다드 스콜피온 버치 T(Trinidard Scorpion Burch T, 호주)다. 당시 순위는 순서대로 트리니다드 스콜피온 버치 T(146만 3700 스코빌)-나가 바이퍼 칠리(134만 9천 스코빌)-인피니티 칠리(117만 6182스코빌[7]) – 인피니티 칠리(106만 7286스코빌) – 부트 졸로키아 – 도르셋 나가(약 90만 스코빌).

2012년 2월에는 200만 9231 스코빌을 기록한 트리니다드 모루가 스코피언(Trinidad Moruga Scorpion)이 1위를 차지했으며 참고로 이 기록은 고추를 말려서 가루를 내서 측정한 결과다. 2013년 12월 캐롤라이나 리퍼(Carolina Reaper)[8]고추가 220만 스코빌을 기록하면서 1위 자리에 올랐다.

그러다가 캐롤라이나 리퍼를 만들었던 미국 퍼커버트 페퍼 컴퍼니가 개발한 ‘페퍼X’(Pepper X)가 2017년에 스코빌지수가 318만 SHU(!)로 ‘세계에서 가장 매운 고추’의 타이틀을 새롭게 거머쥐게 되었다. 이렇게 자주 순위가 갱신되는 이유는 위에서 언급했던 유전특성상 품종의 다양성이 나타나기 쉽기 때문이다.

국내의 대표적인 매운 고추로 꼽히는 청양고추는 한때 충청남도 청양군에서 이름을 딴 것이라는 설이 유포되기도 했으나 실제로는 상관이 없다. 청양고추는 제주산 고추 품종을 태국 고추와 잡종한 것을 경북 청송군과 영양군에 시험재배하여 붙은 이름이라는 것이 정설이다. 스펀지에 따르면 원래 식품회사에서 커리에 넣을 수 있을 정도의 매운 맛을 내는 고추를 국내생산하기를 원해서 중앙종묘측에 의뢰하여 시험 재배한 것이라고 한다. 그런데 이상하게 한국에서는 매운 맛이 살아나지 않아서 원하는 정도의 매운 맛을 내는데는 실패했다고 한다.

가끔 정원 같은 곳에서 볼 수 있는 원예용 꽃고추도 그 열매를 먹을 수 있으며 역시나 미친 듯한 매운맛을 자랑한다.

근래에 매운맛 붐이 일면서 청양고추를 베이스로 훨씬 매운 월남 고춧가루를 혼합하여 사용한다. 사실 청양고추의 매운 맛은 4,000~12,000스코빌로 중국 요리에 사용되는 중국고추에 비해서도 턱없이 약하다. 중국인들은 청양고추를 먹어도 별 다른 매운 맛을 느끼지 못한다고 한다.

즉, 청양고추의 매운 맛은 품종에 따라서는 외국산 고추에 비해 떨어지기도 한다는 것. 멕시코에서는 고춧가루로 양념해서 절인 할라피뇨를 먹는다. 물론 우리나라도 고추로 장아찌를 만들어 먹거나 고추장에 청양고추를 맨입으로 찍어먹는 등 외국인이 이해하기 힘든 식문화를 가지고 있으니 그리 놀라운 것은 아니다.

첨언하자면 청양고추의 종자소유권은 한국에 없고 몬산토라는 외국의 종자 회사에 귀속되어 있었다. 몬산토는 연매출 75억 달러, 직원 2만여 명 규모의 세계 최대의 농업 종자기업으로, 전세계에 걸쳐 수만 가지의 종자에 대한 특허권을 가지고 있다. 특히 유전자 조작 농산물(GMO) 특허의 90%를 보유하고 있으며 이를 전세계에 유통시키고 있다.

이에 따라 각국의 고유 농산물 종자가 사라지있으며 일부에서는 죽음의 상인으로 부른다. 우리나라에서 신토불이라고 외치는 농산물 종자도 상당수가 몬산토 소유다. 중앙종묘가 외환위기 사태 당시 몬산토의 자회사인 세미니스에 넘어갔기 때문에, 몬산토에서 씨앗을 안 팔면 청양고추는 재배할 수가 없었던 것. 그리고 이것은 비단 청양고추만의 문제는 아니라고 한다. 2012년에 동부팜한농이 종자 특허를 사와서 소유권이 국내 기업으로 돌아왔다고 잘못 알려져 있지만 사실은 판매권만 가졌고 여전히 종자 소유권은 몬산토에 있다.

6. 그 외

여하간에 생각하는 고춧가루/고추장이 들어간 빨간 음식들은 죄다 임진왜란 이후에나 먹기 시작했다는 것이다. 그 이전까지는 김치도 하얀 김치밖에 없었다는 이야기. 실제로 매운 김치는 18세기에 되어서나 본격적으로 보급되기 시작했다.

고추가 들어온 초기에는 고추를 독초로 분류했고 임진왜란 당시에는 매운 고춧가루를 무기로 사용하기도 했다는 기록도 있다. 일본에서는 처음에 고추를 음식이 아니라 타비(일본식 버선) 속에 뿌려서 발을 따뜻하게 하는 화학물질로 사용했다. 일본인이 쓴 책인 모험도감에도 발가락 쪽에 고추를 넣으면 발이 따뜻해진다는 내용이 나온다. 사실 지금도 부트 졸로키아나 하바네로의 경우에는 즙으로 만든 후 분무기로 뿌려서 무기로 쓴다.

어떤 사람들은 임진왜란 당시 일본에서 조선에게 고추먹고 죽어라는 대생물학병기로 의도해서 전래했다고 주장하기까지도 할 정도다. 또는 관상용으로 울타리 부근에 심어놓는 경우도 있었다고 한다. 또한 도입 초기에도 그다지 자주 쓰지는 않았고, 이를 이용해 물탄 소주에 고추를 넣어 맛을 강하게 해서 사기를 치는 사람이 있었다는 기록도 있다. 요즘처럼 고추맛에 익숙해진 시대에는 상상도 못할 사기 수법.

조선 후기, 어떠한 이유로 인해 전국적으로 소금이 귀해졌던 시기가 있었고, 음식을 장기보존하기 위해 소금 대신 고추를 사용하며 음식에 본격적으로 고추가 들어가기 시작했다고도 한다. 학계에서는 대체로 경신대기근을 유발한 17세기 소빙하기의 영향으로 소금 제조가 힘들어진 탓으로 추정했다.

이앙법(모내기)가 보편화된 것도 고추가 식탁에 오르게 된 것에 한몫했다는 주장도 있다. 이앙법으로 조선인들의 밥 소비가 많아졌는데, 지금도 그렇지만 당시 한중일 삼국중에 한국이 밥 소비량이 가장 많았다고 한다. 이에 덩달아 반찬도 맵고 짠 것을 원하게 되었다는 것. 다만 보수적인 왕실에서는 도입이 늦어 조선이 끝날 때까지 왕실에서는 고추를 거의 쓰지 않았다고 한다. 예외적으로 만두속에는 일찍부터 고추를 넣었고, 영조는 송이, 전복, 어린 꿩과 함께 고추장을 밥을 비우게 하는 반찬으로 꼽았다.

역으로 이앙법이 보편화되면서 고추의 재배가 좀 더 활성화될 수도 있었다. 한국에서 고추의 생육 기간은 대체적으로 벼농사와 겹치고 앞서 말했듯 병충해 등으로 손이 많이 가는 작물이기 때문에, 모내기를 통해 일손을 덜어낸 경우에 고추 농사도 잘 될 수 있었기 때문.

한국 고추는 매운 맛이 순해지고 단 맛이 강해 다양한 활용이 가능하며 음식 궁합 맞추기에 적절하다. 심지어 일본 만화인 맛의 달인에서조차 고추가루를 쓰려면 한국 것을 써야한다고 말할 정도. 다만, 근래에는 지구온난화의 영향으로 한국산 고추도 매운 맛이 점차 강해지는 추세라는 얘기가 있다. 철냄비 짱에서도 언급된다.

어찌되었건 본래 밋밋한 반찬에 속했던 김치는 고추의 유입으로 다양한 맛과 향을 지닌 식품으로 발전했다. 그 밖에 고추장의 발달은 다양한 음식에 향과 맛을 추가하는 역할을 했다. 그 덕분에 한국 요리는 전세계적으로 보기 힘든, 빨강이 주색으로 쓰이는 요리가 성립했다. 게다가 한국인의 입맛은 계속해서 매워지는 추세라고 한다.

여러 단가 상승요인으로 인해, 최근의 고추 가공품은 상당수가 중국에서 유입된 것으로 알려져 있다(중국산 다진 양념이 섞여있는 고추장 등).

한국 음식 재료를 외국으로 가져가기 어려웠던 시절에는 외국에서 유학, 혹은 이민중이었던 교포들이 한국음식을 먹고 싶을때 종종 고추를 심어서 키워먹었다고 한다. 그런데 생긴게 미국인들에게 낯설었는지, 잡초로 착각하고 밀어버리는 일이 있었다고 한다.

7. 나무위키에 등재된 고추들

  • 페페론치노
  • 레드 사바나 하바네로
  • 부트 졸로키아
  • 쥐똥고추
  • 청양고추
  • 캐롤라이나 리퍼
  • 타바스코
  • 할라피뇨
  • 참고 : 피망, 파프리카

8. 관련 문서

  • 고춧가루
  • 고추기름
  • 고추장
  • 고추참치
  • 김치
  • 두반장
  • 백종원 – 마이 리틀 텔레비전 2화 전반부에서 크림 소스 카르보나라를 만드는 모습을 레일 카메라로 보여주다 레일이 자기 멋대로 움직이자 고추를 꽂아서 고정해뒀고, 이후 브로콜리 수프를 만들 때 보여주려고 움직이려다가 고추가 빠지자 이를 언급했다가 뭔가 이상한 상황이 되어 수습하느라 진땀을 흘렸다. 그리고 다음 3화에서는 마리텔 심의 규정을 위반했다는 이유로 방송 시작도 하기 전에 방송국 옥상으로 쫓겨나 돗자리 위에서 휴대용 가스레인지와 편의점에서 급히 구입한 물품들로 요리를 하게 된 안습한 상황이 됐다.
  • 스코빌 척도
  • 타바스코 소스